“열려라 참깨!” 하고 외치면 문이 열리는 도둑들의 동굴처럼 스마트폰은 똑똑하게 알아듣고 반응한다. 스마트폰은 편리하고 용의주도하지만 알리바바의 영민함만큼이나 똑똑하고 지혜로운가에 대해서는 한번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스마트폰이 알리바바 같은 지혜를 줄 수 있을까?
아니면 자동성과 맹목성에 눈이 멀어버린 알리바바의 형 같은 모습으로 나타날까?
우리는 여기서 ‘자율성’으로서의 공동체가 가진 생태적 지혜와 ‘자동성’으로서의 자본주의문명이 가진 사물화된 기술 시스템을 구분해 볼 수 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라는 동화에는 복수를 위해 도적들이 숨어 있는 기름통에 뜨거운 기름을 붓는 여종 카흐라마나가 등장한다. 카흐라마나의 똑똑함은 알리바바의 영민함의 기원이 된다. 팸플릿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 『스마트폰과 사물의 눈』은 이를 집단지성의 기원이 되는 생태적 지혜로 비유한다. 카흐라마나가 가진 ‘생태적 지혜’의 똑똑함과 알리바바가 가진 ‘집단지성’의 영민함 둘 다를 상상하면서, 독자들에게 스마트폰에 대한 색다른 사유의 창을 개방해보자고 권유한다.
생태적 지혜와 집단지성에 주목하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차이 나는 반복의 ‘기계론적 기계’를 발견했고, 더 나아가 “욕망하는 순간 반복은 설립된다”라는 점에서 욕망하는 기계까지 나아간다. 이러한 기계론적 기계는 생명, 생활, 생태에서의 반복이며, 바로 생태적 지혜의 원천이 된다. 스마트폰이 자동주의에 빠질 위험에 있으면서도 집단지성과 생태적 지혜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바로 자율성의 영역인 차이 나는 반복의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 삶은 자율성과 자동성이 함께 배치되어 있다. 어떤 경우에 자율적이고 늘 새로운 것의 반복이기 때문에 재미와 놀이의 영역인 것도, 의미가 부여되면서 일과 노동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기계주의의 두 가지 노선을 기반으로 해서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기계(=반복)에 대한 기술인문학적인 연구는 아직 출발점에 있지만, 단지 스마트폰이라는 소재주의에 빠져들지 않고 이 책을 읽는다면 색다른 기술인문학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기술인문학의 ABC를 다루는 책이며, 더 나아가 앞으로 연구할 만물인터넷(=사물인터넷) 작업의 가교가 되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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