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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 저자김도연
  • 출판사문학동네
  • 출판년2011-09-05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2-02-24)
  • 지원단말기PC/전용단말기/스마트기기
  • 듣기기능 TTS 지원(모바일에서만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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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쓸한 바람만이 가슴을 쓸고 지나갔다.

    더이상 설렘이, 떨림이 없는 길 위에 우두커니 혼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세상은 조금 피곤하고 지루하고 가끔 화가 날 뿐이었다.

    그 너머를 향한 꿈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_「바람자루 속에서」 중에서



    비애를 감싸안는 특유의 정서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두 세계의 경계를 일시에 무너뜨리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위치를 단단하게 다져온 소설가 김도연이 세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2006년과 2008년 각각 이효석문학상 추천우수작으로 선정된 「꾸꾸루꾸꾸 빨로마」와 「북대」를 비롯하여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생의 고통과 누추함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되 능청스럽게 눙치는 작가의 솜씨는 이번 소설집에서 또한 빛을 발한다. 익숙한 세상의 풍경을 한순간에 전복시켜버리는 폭설처럼 그의 소설은 모든 것의 경계를 지우며 한바탕 꿈과 같은 삶의 진경을 우리들 눈앞에 펼쳐보일 것이다.





    부박한 존재를 견디게 하는 환상의 힘



    김도연 소설 속 인물들은 현실을 살다가도 어느새 한바탕 환몽으로 빠져든다. 몸이 아파 산속으로 요양을 온 ‘그’에게 옛날 옷을 팔러 다니는 옷장수, 지금은 사라진 체장수가 찾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이미 삼십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옛 연인까지 나타난다.(「꾸꾸루꾸꾸 빨로마」) 심야의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와중에 고라니와 멧돼지가 능청스럽게 말을 걸어오는가 하면(「바람자루 속에서」), 달리는 택시 안에서 운전석을 버린 채 다방 아가씨와 사랑을 나누는데도 운전기사 없는 택시는 잘만 달려나간다(「북대」). 꿈속으로 불려나와 말을 걸어오는 누대의 조상들, 동물들은 모두 마음이 불러낸 헛것들이다.

    이러한 환영은 종종 아름다움으로 화하여, 깊고 넓은 조화와 화해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했던 허동이의 말년을 이야기하는 「메밀꽃 질 무렵」은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로 대표되는 윗세대가 사라진 현재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 소설의 세계는 “등짐을 지고, 나귀의 방울 소리를 들으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장에서 장으로 갔던 그 고되고 흐뭇한 밤길”에 머무르며 그것들이 사라진 자리를 가만 바라본다.



    그렇게 한 세대가 연분홍 꽃그늘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하늘이 비를 뿌리지도 않았고 황사를 동반한 강풍이 세상을 뒤흔들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평소 말대로 무섭고 기막힌 밤을 지나 장에서 장으로 가는 길 어디쯤에서 꽃이 피었다가 작은 열매를 남기고 떨어지는 것뿐이었다. 인생은 그런 것이었다. _「메밀꽃 질 무렵」 중에서





    “왜 이렇게 된 거지?”

    ‘불안해’에서 이상한 ‘행복해’로 건너오는 동안의 일……




    끝도 없이 눈이 내리는 풍경은 김도연 소설의 인장과도 같다. 그래서 그의 소설 속 인물은 눈 내리는 공간에 놓여 있지 않더라도 마치 깊은 겨울밤 폭설 내린 산골에 갇혀 있는 듯 보인다. 그 막막한 고독의 공간 속에서 오래전 헤어진 옛 연인을 다시 찾아 “안타까운 시간의 파편들로 조합된 듯한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옛날과 조금도 다름없게 복원시키려는 듯 어루만”지기도 하지만, 그 안타까운 몸짓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미 “이러다 어느 날 (……) 아무렇지 않게 헤어지”게 되리라는 사실을 예감한다.(「이별전후사의 재인식」) 그것은 20세기가 끝나가는 동안 느꼈던 ‘불안해’에서 현재의 “이상한 ‘행복해’”로 건너오는 사이, “마침내 그녀와 그의 기억이 거의 다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래오래 타오를 것이라 믿었던 무언가가 잠깐 불꽃을 피웠다가 사그라드는 모습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에선 회한만이 아닌 어떤 순정마저 느껴진다.

    붙잡을 수 없었던 떠나간 사랑과 그 마음과 함께 사라진 옛 시간들. 김도연 소설의 인물들은 기억과 꿈을 통해 이 모든 것들을 한자리로 불러모은다. 그리고 그것은 곧 고독한 존재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환상이 김도연 소설 속 인물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의 현실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김도연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그 환상의 진실성 여부보다는 그것이 존재를 견디게 하는 내적인 힘이 된다는 점이다. _이경재(문학평론가)



    김도연의 소설적 환상은 허구적인 초월적 해방과는 거리가 먼 환상이다. 이 환상이 생성하는 어떤 정서적 상태 내지 마음의 파동들은, 삶과 현실과 사회의 막힘과 풀림이 시간의 결을 따라 변주해내는 불안과 희망을 고르게 껴안고 있다. _정의진(문학평론가)



    「꾸꾸루꾸꾸 빨로마」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약수터 민박에서 장기투숙을 하기로 한 그. 혹독한 겨울이라 오가는 손님도 없고, 주인 할머니마저 그에게 민박을 떠맡기고 산 밑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혼자 남아 있는 그에게 갑자기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아무도 입을 것 같지 않은 촌스러운 옷을 팔러 다니는 옷장수, 근처 산신당에서 제를 올리기 위해 찾아온 두 여자, 어렸을 때나 볼 수 있었던 체를 팔러 다니는 체장수, 이미 삼십 년 전에 죽은 옛날 애인까지. 낯설지 않은 그들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떡」 남쪽나라에서 시집온 ‘병점댁’은 남편이 죽은 뒤 공사장 인부들에게 떡과 커피를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곧 사내들이 원하는 건 떡이 아닌 다른 것이고, 그 편이 훨씬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다섯 명의 사내를 줄줄이 상대하던 어느 날, 죽은 남편이 눈앞에 나타나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메밀꽃 질 무렵」 봉평장터에서 좌판을 펼쳐놓고 신발을 파는 허노인의 이름은 ‘동이’이다. 오일장의 장돌뱅이들은 이제 자신만의 트럭에다가 짐을 싣고 다니기 때문에, 나귀의 방울 소리를 들으며 장에서 장으로 갔던 흐뭇한 밤길은 영영 사라진 지 오래이다. 그런데 바로 그 방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아주 오래된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나타낸다. 그들 중엔 동이의 아버지인 허생원도 있다.

    「바람자루 속에서」 아내와, 애인인 Y 사이에 무책임하게 끼어 있는 ‘그’는 심야의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다. 다음 학기 강의를 얻어내기 위해 한 달 치 강의료를 몽땅 접대비로 바치고 돌아가는 ‘그’의 차를 멧돼지와 고라니가 쫓아온다. 심지어 고라니는 ‘그’에게 말을 걸며 히치하이크를 부탁한다. 설상가상 그들은 자신이 접대하고 돌아온 K교수와, Y의 존재까지도 알고 있다.



    「북대」 자정 가까운 밤, 홀연 ‘나’의 택시에 올라타 북대로 가자던 다방 아가씨 ‘밀크셰이크’는 그날 결국 북대에 닿지 못한 채 되돌아간다. 손님이 잠든 사이 다녀가려던 것이었는데 잠들었다 깨어난 손님이 전화를 걸어와 항의했던 것. ‘나’는 그날 밤 꿈속에서 스님처럼 배코머리를 하고 있는 그녀와 몸을 섞는다. 어쩌면 다방 아가씨들이 들고 다니는 보자기 속에 진짜 부처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영원히 북대에 가지 못할 거라고 하는 그녀를 데리고 그곳에 닿을 수 있을까.

    「사람 살려!」 부잣집 도령인 성기는 하인 개똥이와 함께 한양으로 떠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 길 위에서 사람 아닌 온갖 것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절세미녀로 둔갑한 구미호부터 성기의 갓을 빼앗아 쓰는 호랑이와 씨름하는 도깨비까지. 왜 그들은 자꾸만 성기 앞에 나타나는 것일까. 과연 성기는 무사히 한양에 당도할 수 있을까.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그와 그녀는 아이엠에프로 “멀쩡했던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앉는” 동안에도 서로 사랑했지만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헤어진 지 팔 년 만에 쇠락해가는 시골마을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이미 제각기 가정이 있지만, 다시 만난 그들은 예전처럼 서로 만나 사랑을 나눈다. 달라진 건 대통령과, 모텔 방에 누워 함께 보던 스포츠경기의 주인공이 박찬호에서 박지성으로 바뀌었다는 사실뿐인 듯싶었지만 이미 많은 것이 달라졌다. 또 그들은 결국 팔 년 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헤어지게 될 터였다.



    「저 언덕으로 건너가네」 임질에 걸려 그 최초의 원인 제공자가 자신인지 아내인지 애인인지,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또다른 관계인지를 묻는 택시기사 양봉주는 그 와중에도 수다사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관광버스 운전기사의 고의적인 난폭운전에 화가 치민 그는 만취한 기사 대신 운전대를 잡게 된다. 사타구니가 따끔거리는 와중에도 운전을 하는 그의 눈에 밤의 고속도로는 눈보라 자옥한 사막처럼 보인다. 그는 스님의 말처럼 정말 어떤 시험에라도 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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