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은 경제의 최후 안전판
재정을 알아야 경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국민경제를 이끄는 주체는 크게 가계, 기업, 정부로 나뉜다. 그중 정부의 살림살이, 즉 재정은 재화와 용역을 낳고 소득을 나누는 등 국민경제가 돌아가는 데 넓고 깊게 관여한다. 활동 대상이 국민경제 전체이니 가계나 기업과 달리 의사결정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그 하나하나의 과정과 의미가 상당히 중요하다.
2010년 우리나라 중앙정부의 재정지출 규모는 292.8조 원이다. 1만 원짜리로 줄지어 놓으면 483만 킬로미터로 지구와 달 사이를 6.4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에 해당하며, 60억 세계 인구가 1인당 5만 원씩 기부해야 모을 수 있는 방대한 액수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어내는 과정에서 ‘경제의 마지막 안전판’으로 재정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재정(정책)의 역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재정은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경제위기 극복의 소방수 역할을 다한 데 이어,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시에도 금융시장의 자금중개 기능과 민간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 위축을 보완하는 최후 안전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간의 건전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수정예산과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재정지출을 확대하였고,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는 등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한 결과 2009년도 경제 성장률이 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하게 되었다.
2010년 한국 재정의 현실을 읽는다
한국의 재정은 그동안 3차례(1997년, 1999년, 2001년) 출판된 적이 있으며, 마지막 출판연도인 2001년 이후 어느 덧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재정운영 방식과 제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중장기적 재정건전성 확보와 합리적인 재원배분을 위해 국가재정운영계획 수립과 톱다운(top-down) 예산편성 제도가 도입되었다. 또한,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성과중심의 재정시스템 구축과 재정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 구축, 그리고 재정과 회계부문의 대대적인 인프라 정비도 진행되었다.
이 책에서는 2001년 이후의 이러한 재정혁신을 통해 마련된 재정운용시스템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정리하였다. 특히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재정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실무자인바, 한국의 재정에 대한 기본적인 구조와 쟁점들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수년이 지난 지금, 우리경제는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는 위기의 절박감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선진한국을 실현하기 위해 시야를 조금 멀리 가져간다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금번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세계경제사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고, 기존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중대한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의 위험요인들을 철저히 관리해 나가면서 동시에 우리경제의 미래를 고민하고, 위기 이후 재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이러한 고민의 한 자락에서 위기극복의 중심에 서 있었던 재정당국과 매경출판은 〈2010 한국의 재정〉을 발간했다. 수정예산과 추경예산 편성에 직접 참여했던 재정당국 담당자들이 2008년부터 2009년 말까지 맞닥뜨린 주요 재정이슈들을 정리했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과 재정당국의 치열했던 고민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기에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교훈과 지혜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재정구조와 재정운용 시스템, 그리고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해온 재정개혁과제들을 알기 쉽게 정리하여 일반인들도 이 책을 통해 한국의 재정에 대한 이해도를 크게 높일 수 있도록 했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번 〈2010 한국의 재정〉 발간은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