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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같이 왔으니 같이 가야지예

같이 왔으니 같이 가야지예
  • 저자박미경
  • 출판사도서출판 이른아침
  • 출판년2009-09-02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09-11-18)
  • 지원단말기PC/전용단말기/스마트기기
  • 듣기기능 TTS 지원(모바일에서만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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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버리지 않고 돌아오는 사람들

    수필가 박미경과 사진작가 이규철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도시인이었다. 회색도시의 황폐함 속에서 그것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도시인 특유의 분위기를 가진. 그런 그들이 이 이색적인 여행을 시작한 것이 꼭 3년 전이다. 애초엔, 좋은 여행지를 소개해보려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사람의 때가 타지 않은 곳, 공기 맑고 풍광 좋은 곳을 찾아보자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그들이 ‘옛길’을 만났다. 아니, 옛길 위에서 ‘사람’을 만났다. 길 위에서 마주친, 길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작가에게 생경함이었다가 호기심이었다가 반가움이 되었다. 그리곤 그들과 함께 풍경이 되어버렸다. 잊혀진 옛길을 지키는 사람들, 수몰지구의 버려진 땅을 또다시 고향으로 일구는 사람들, 배조차 띄울 수 없는 척박하고 거센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 글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이웃들은 우리에게 참으로 낯설다. 그들은 쉽게 타인에게 눈을 맞추고 웃어주고 바쁜 사람을 위해 자연스레 길에서 비켜선다. 지나치게 서둘거나 조급해하지 않는다. 나누길 아까워하지도, 모자르다고 닦달하지도 않는다. 그저 노력한 만큼 얻으려 하고 흘러가는 것들에 수긍한다.

    아니다. 시골의 삶이 마냥 아름답다고, 그곳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농촌의 살림살이 또한 미덥지 못하다. 풍년이면 풍년대로 흉년이면 흉년대로 품삯조차 건지기 힘든 농사며 적조가 내려올 때마다 높아가는 빚더미에 혹독하리만치 어마어마한 양의 노동. 감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그들이 화려한 오늘을 사는 우리들보다 밝고 평화롭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도시인의 지독한 불치병, ‘조급증’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그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 버리지 않고 다시 돌아오는 이유는 단 하나. ‘많이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삶보다 적게 갖고 나누려는 삶의 방식’, 그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유는, 진정한 행복은,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에 스스로 동의하며 살아갈 때 얻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낮지만 가치 있는 삶, 화려하지 못하지만 풍요로운 삶을 선택한 그들이 혼곤할 정도로 피로한 하루를 이어가는 도시인들에게 주는 교훈은 비단 자연의 혜택에 관한 것만은 아닐 터이다.



    여행에세이 아닌 명상에 관한 한 편의 시와 그림

    시린 새벽,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았으리라. 한낮에는 자주 볼 수 없었던 무시무시한 덩치의 트럭들이 그곳, 그 시간에 몽땅 모여 있는 것을. 거대한 성에서 빠져 나온 작은 사람들이 값싼 자판기 커피에 몸을 녹이며 두런두런 사는 얘기를 하는 정경을. 멀리서 볼 때 그 모습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눈물겨울 만큼 아름다운가. 신새벽 그들의 입김이 하늘을 타오르면, ‘사는 건 저런 것이 아닌가’ 무한상상이 낭만을 허공에 띄워 올린다. 그러나 한 발짝 그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보라.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라. 각박하고 고단한 삶의 편린들이 어수선하게 그들 주위를 떠돌고 있는 것을, 차마 외면하고 싶을 만큼 곤혹스러운 생계의 문제들이 도처에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알아채게 되리라. 그것과 같았다. 승용차를 타고 시골풍경을 돌아보며 여행정보를 써내려가는 것은 하지 말자고 두 작가가 의견을 모은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겉모습이 아닌 ‘진짜 삶’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독자들에게 곱고 아름답기보다 ‘눅진하고 두툼한 진짜 삶’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똑같은 삶을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 소망을 담은 발걸음은 만 3여 년간 이어졌고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꼭지들은 한 회사의 사보를 통해 꾸준히 독자들과 인사해왔다. 작가들은 책을 만들어보자는 출판사의 제의에 선뜻 응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여행지를 소개한 글이 아니라고 갸우뚱했다. 그냥 ‘나와 똑같은 삶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삶의 방식이라며 마침표를 찍었다. 완곡한 거절이었던 셈. 이미 이 글과 사진을 찾는 독자의 수가 수천을 넘고 있다는 사실을 작가들은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책은 만들어졌다. 오래도록 뜸들이고 고르고 정돈해서 결국 책으로 태어났다. 작가들이 염려한 것처럼 무척 모호한 책이 된 것도 사실이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도 아니고 소설가의 손에서 다듬어진 문학 작품 또한 아니다. 옛길과 마을과 장터를 찾아 다녔지만 그보다는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수줍은 웃음과 고랑 깊은 주름, 억세고 거친 손마디를 글 속에, 사진 속에 담아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길의 끝에서 비로소 시작하는 여행

    책은 스물아홉 꼭지로 구성되었다. 딱히 시작과 끝이 있는 여행이 아니기에 그 수와 양이 그닥 중요하지 않다. 게다가 제목들은 모두 어딘가 촌스럽고 어느 구석은 낯이 익다. 그도 그럴 것이 색다른 곳을 찾아 특이한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책 속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글과 사진들(시와 그림들)은 잊혀진 그곳, 생애 잃어버린 무언가를 만나는 ‘내면으로의 여행’을 안내한다. 가만 읽어보면 이 책이 여행서가 아니라는 데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살가운 이웃들의 이야기, 소박하지만 알뜰한 행복을 꾸려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다. 여행이 아니라,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해주는 명상에 관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글밭 속에는 사람에 대한 온정과 따뜻함이 봄비처럼 차분히 흘러내린다. 뜨끈한 정이 묻어나는 지은이 박미경의 시선과 보이지 않는 향기까지 담아내는 사진작가 이규철의 손끝을 따라 독자들은 잃어버린 세계, 잃어버린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작가들은 이 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언제나 길의 끝에 섰을 때 비로소 진실한 여행이 새로 시작된다고……. 감히 물질의 노예이기를 거부하고 싶다면, 자본과 문명의 이기를 자못 못 본체 하고 싶다면, 생의 타오르는 열정과 욕망을 다 빼앗기고 푸석푸석 건조한 모습으로 전원의 생활을 꿈꾸는 것 말고, 연둣빛 생그러운 삶의 시기에 엉뚱하게도 극구 도시살이를 벗어나고 싶다면……. 혹여라도 그런 마음으로 오늘 잠시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면, 이 책을 손에 쥐어봄이 어떠할까. 똑같은 시간을 다르게 살아내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하게 다가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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